[김초엽의 창작과 독서] 작법서, 작가의 토템 (1)
2016년, 대학원 연구실에 다니던 시절, 일요일 오전마다 나는 극심한 내적 갈등에 시달렸다. 베개 밑에서 알람이 마구 울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알람을 다섯 번은 더 미루고 싶었지만, 옆 침대에 깊게 잠들어 있는 룸메이트의 눈치가 보였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씻는 둥 마는 둥,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오면 아직 공기가 서늘했다. 캠퍼스는 눈뜬 사람이 없어...
View Article[예스24 인문 MD 손민규 추천] 대세 하락, 물린 개미를 위로하는 역사책
언스플래쉬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늘어난 유동성은 부동산과 주식 가격을 올려놨다. 많은 사람이 '경제적 자유', 'FIRE'를 외치며 투자에 투신했다. 세계 증시는 코로나 종식과 함께 안도 랠리를 이어갈 것 같았지만, 현재 자산 시장에는 악재만이 가득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살인적인 물가 상승 및 연준의 금리 인상 등등. 투자자의 환희가 탄식으로 바뀌는 데 긴...
View Article[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다정한 물 - 『물속에서』
매주 수요일, 김지은 아동청소년 문학평론가, 한미화 출판평론가,이상희 시인, 최현미 기자가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을 소개합니다.바닷가 도시에서 태어났다고 하면 으레 수영을 잘하겠지 넘겨짚게 됩니다. 부산에서 태어났고, 수영하길 좋아하긴 하지만, 수영을 제대로 할 줄 알게 된 것은 청소년기였어요. 좀 더 어이없기로는 바다에서가 아니라 당시에 처음 생겨난 실내...
View Article[은희경의 물건들] 연재를 시작하며
<채널예스>에서 매주 수요일,은희경 소설가의 사물에 얽힌 이야기 '은희경의 물건들'을 연재합니다.지난 2년 반 동안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낯선 시간을 건너왔고, 여전히 거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또 그러는 동안 아마 조금쯤은 변했을 것이다. 늘 시간에 쫓기고 집 밖으로 나돌던 나에게도...
View Article[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아주 다정한 유머 -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
매주 수요일, 김지은 아동청소년 문학평론가, 한미화 출판평론가,이상희 시인, 최현미 기자가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을 소개합니다.어느 날 거울을 보다 미간에 강력하고 분명하게 자리 잡은 두 줄의 주름을 보게 됐습니다. 눈이 좋지 않아 찡그리는 습관, 글을 쓰거나 일을 할 때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집중하는 습관이 쌓이고 쌓여 두 줄의 주름을 만들고야...
View Article[김초엽의 창작과 독서] 작법서, 작가의 토템 (2)
세상에는 수천수만 가지의 창작법이 있고, 개인의 작업 방식에 맞는 작법서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중 나에게 특히 유용했던 책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잠시 작법서처럼 소제목을 써보겠다.편집자의 관점으로 - 『소설쓰기의 모든 것 5 : 고쳐쓰기』내 경우 초고는 의식과 무의식의 작용 비율이 3:7쯤 되는 것 같다. 반면 고쳐 쓸 때는...
View Article[은희경의 물건들] 술잔의 용량은 주량에 비례하지 않는다
<채널예스>에서 매주 수요일,은희경 소설가의 사물에 얽힌 이야기 '은희경의 물건들'을 연재합니다.평범하고 간단한 질문인데도 이따금 나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가령 "아침에 일찍 일어나세요?", "운동하세요?", "음식은 뭐 좋아하세요?"와 같은 질문들. "글쎄요... 일찍이란 게 언제를 말씀하시는 건지...""운동을 늘 하려고는 하는데...
View Article[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다정한 유령 - 『우리 집에 유령이 살고 있어요!』
매주 수요일, 김지은 아동청소년 문학평론가, 한미화 출판평론가,이상희 시인, 최현미 기자가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을 소개합니다.유령은 어디에나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 유령이 살고 있어요!』라는 이 그림책의 제목이 선뜻 놀랍지 않은 이유입니다. 일상의 농담 중에도 유령은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열어 놓았던 문이 인적 없이 스르르 닫힐 때 우리는...
View Article[양지훈의 리걸 마인드] 단 한 사람을 위한 글
일러스트_키박 얼마 전 몇 주에 걸쳐 소설 쓰기 모임에 참석했다. 열 명 남짓 모인 습작생들이 매주 서로의 작품을 성실하게 읽어 와서 정직한 조언을 건네주는, 진지한 모임이었다. 나는 몇 년 전에도 소설 쓰기 모임에 한 번 나간 적이 있고, 그때는 작품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모임을 마쳤지만, 이번엔 달랐다. 모임의 후반부에 나의 원고를 올리게 되었을...
View Article[판권의 뒷면] 상실의 슬픔을 끌어안는 이야기의 힘 - 『엄마, 가라앉지 마』
재작년 제주에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영국인 이웃 톰 형을 알게 됐다. 그는 나보다 열 살쯤 위고, 오름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내가 서울에서 책을 만들었다고 하자 그가 서가에서 책을 한 권 가져와 내밀었다. 영국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그의 오랜 친구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본 경험을 독립 출판으로 펴낸 책이라고 했다....
View Article[편집자K의 반쯤 빈 서재] 책에 드러난다
언스플래쉬최근에 대면 강의와 강연이 몇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편집자 일의 특별한 점에 대해 꼭 이야기했다. 편집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건, 이 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자리에서건, 독서에 대해 말하는 자리에서건. 그건 그날 함께한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인 동시에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내 말은...
View Article[죽기 전엔 다 읽겠지] 인류애 회복 프로젝트
잠깐 책이 아닌 이야기를 해도 될까. 10년 차 ‘연뮤덕’인 내게는 회전문을 돌만큼 체력과 재력은 없어도, 올라올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보는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공연들이 있다. 7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단연 그중에서도 손에 꼽는 작품이다. 평범해 보이는 한 가정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상처와 회복에 대해 그리고 있는 이 공연은...
View Article[리뷰 대전] 예스24 도서 PD가 엄선한 이달의 책
김상근 도서 PD『와튼스쿨은 딱 두 가지만 묻는다』G. 리처드 셸 저 / 김윤재 역 | 마인드빌딩부와 명예, 지위 등의 크기로 인생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오늘날,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묻고 해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20대의 강렬했던 실패로 처음 성공의 의미를 깨달은 저자는 37세에 와튼스쿨의 교수가 되어 성공학 강좌를 개설, 자신이 체득하고 연구한 성공과...
View Article[양다솔의 적당한 실례] 고양이라도 된 기분
이후북스 전경“아니, 왜 그분이 즐겨찾기에 있어?” 친구가 내 휴대폰을 보자 묻는다. 즐겨찾기는 가장 자주 찾는 연락처를 단축 번호처럼 따로 모아놓는 기능이다. 나에겐 없어선 안 되는 인물들이 모여 있다. 엄마와 이모, 가장 친한 친구 둘 그리고 ‘부농 님’. 가족과 십 년 지기 친구라는 납득할 수 있는 인물들 뒤로 그 알 수 없는 이름 석 자가 있었다....
View Article[문지애의 그림책 읽는 시간] 『우리의 길』
이제 여섯 살이 된 아들 범민은 유독 겁이 많다. 집 안 화장실을 갈 때도 엄마나 아빠가 함께여야 하고 볼일을 다 볼 때까지 옆에 있어줘야 마무리가 된다. 동물원에서 원숭이나 새를 볼 때는 한껏 기분이 좋다가도 사자와 호랑이 같은 맹수류를 보러 가자 하면 겁을 먹고 물러선다. 범민의 이런 성격은 새롭거나 위험한 일에 도전하는 걸 꺼려하는 내 기질을 물려받은...
View Article[신간을 기다립니다] 난다 작가님께 - 김신회 에세이스트
안녕하세요, 작가님. 여름의 한가운데인데 편안히 지내고 계신가요? ‘한군’ 님과 시호, 고양이 산호에게도 무탈한 나날일지 궁금합니다. 그간 새로운 식구가 생겼으려나요?저는 에세이를 쓰는 김신회라고 합니다. 작가님은 저를 모르시겠죠. 하지만 저도 작가님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진 않은 것 같아 어쩐지 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왔을 뿐...
View Article[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다디단 복숭아 - 『린 할머니의 복숭아나무』
매주 수요일, 김지은 아동청소년 문학평론가, 한미화 출판평론가,이상희 시인, 최현미 기자가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을 소개합니다.그 사람은 복숭아를 좋아했습니다. 생일이 한여름이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가을이면 사과나 감, 겨울이면 귤처럼 계절을 대표하는 과일이 있지요. 여름은 뭐니 뭐니 해도 복숭아의 계절입니다. 수박이나 참외가 들으면 서운할지...
View Article[은희경의 물건들] 감자칼에 손을 다치지 않으려면
<채널예스>에서 매주 수요일,은희경 소설가의 사물에 얽힌 이야기 '은희경의 물건들'을 연재합니다.불과 칼을 사용하는 부엌. 나에게 그곳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위험한 장소다. 첫 번째는 물론 달리는 차 안의 운전석이다. 두 장소 모두 긴장이 필요하지만, 과정의 즐거움도 있고 보상도 따르니 피할 마음은 전혀 없다. 사실 나는 그 두 장소를 좋아한다....
View Article[서유미의 짧은소설] 변해 가는 것들
지하철역 앞에서 만난 로이는 나를 보더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지도 앱으로 동선을 확인한 뒤 다정하게 팔짱을 꼈다.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맛집을 예약해 두었다며 거기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맛이 깔끔해서 이모도 좋아하실 거예요.얼마 전에 친구와 같이 밥을 먹었는데 내 생각이 나더라고 했다.생일날 이모가 퓨전 한정식 집에서 맛있게 드셨잖아요.로이가...
View Article[신유진의 글 쓰는 식탁] 나의 여름과 당신의 여름이 만나면
언스플래쉬“아, 여름 진짜 징그럽다.”무더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절로 나오는 소리다. 호숫가에 있는 우리 집은 여름이 되면 끝내주게 습하고 덥다. 설상가상으로 에어컨이 고장 나서 일주일도 넘게 수리 기사님을 기다리는 중이다. 내 생에 그 어떤 사람도 나를 이토록 애태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요즘 우리 가족은 저녁이 되면 습식 사우나 같은 집 안을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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